태양계의 세 번째 이방인 ‘3I/아틀라스’, 화성 탐사선이 포착한 우주의 신비

지난 7월 처음 모습을 드러낸 혜성 ‘3I/아틀라스(ATLAS)’가 오무아무아(2017년), 보리소프(2019년)에 이어 관측 사상 세 번째 성간(interstellar) 천체로 공식 확인됐다. 성간 천체란 말 그대로 특정 항성계에 속하지 않고 별 사이의 공간을 떠돌다 우연히 태양계를 스쳐 지나가는 방랑자를 뜻한다. 태양계 밖 먼 우주에서 날아온 이 혜성을 두고 일각에서는 외계 문명의 우주선이 아니냐는 억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19일 기자 브리핑을 통해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라며 선을 그었다. 그동안 미 연방정부의 일시적 업무 정지(셧다운) 사태로 인해 혜성 관련 대응과 사진 공개가 다소 지연되었으나, NASA는 이번 발표를 통해 불필요한 논란을 잠재웠다.

지구에서 바라본 녹색 혜성의 자태

지구에서 소형 천체망원경으로 포착된 아틀라스의 모습은 신비롭다. 지난 14일 촬영된 사진을 보면 처녀자리 별들을 배경으로 핵을 감싸고 있는 가스와 먼지 덩어리인 녹색 코마가 선명하며, 그 뒤로는 태양열에 의해 휘발성 물질이 타오르며 만들어진 희미한 꼬리가 뻗어 있다. 아틀라스는 일반적인 소행성처럼 타원 궤도를 돌지만, 꼬리를 가진 혜성의 특징을 동시에 보여준다. 혜성은 지난달 29일 태양에 가장 가까운 지점인 근일점을 통과한 뒤 현재 태양계를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 지구와 가까워지며 밝기가 다소 강해졌으나, 여전히 육안으로는 볼 수 없어 천체망원경이 필요하다. 3I/아틀라스는 현재 새벽녘 지평선 위에서 관측 가능하며, 오는 19일경 지구와 약 2억 7000만km 거리까지 접근해 최단 거리를 기록할 예정이다. 물론 지구에는 어떠한 위협도 되지 않는 안전한 거리다.

화성 궤도선들이 보내온 결정적 데이터

지구에서 아틀라스가 태양 뒤편에 가려져 관측이 불가능했던 시기, 인류의 눈이 되어준 것은 다름 아닌 화성 탐사선들이었다. 2025년 10월, NASA의 화성 정찰 위성(MRO)과 화성 대기 및 휘발성 진화 탐사선(MAVEN)은 태양계 밖에서 온 이 손님을 3000만km라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성간 천체를 가장 가까이서 관측한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된다. 지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사각지대에서 혜성의 모양과 크기, 화학적 구성 및 궤적을 파악하기 위해 인류의 가장 강력한 망원경들이 동원된 것이다. 여기에는 유럽우주국(ESA)의 가스 추적 궤도선(TGO)도 힘을 보탰다.

첨단 장비로 밝혀낸 성간 물질의 비밀

MAVEN은 탑재된 자외선 분광기(IUVS)를 활용해 2025년 9월 27일부터 열흘간 혜성을 추적했다. 다양한 파장으로 촬영된 고해상도 자외선 이미지는 과학자들이 혜성에서 수소 성분을 식별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화성 표면 관측을 주 임무로 하는 MRO의 고해상도 카메라 ‘하이라이즈(HiRISE)’가 혜성 관측에 투입되었다는 사실이다. 카메라를 화성 땅이 아닌 우주 허공으로 돌리는 이례적인 운용을 통해, NASA는 혜성의 핵이 태양열에 반응하며 뿜어내는 먼지와 가스 구름, 즉 흐릿한 코마의 모습을 정밀하게 담아낼 수 있었다. 우리 태양계가 아닌 은하계 어딘가에서 형성되어 잠시 스쳐 가는 이 이방인은 이제 태양계를 완전히 벗어나면 영원히 우리 시야에서 사라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