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릴리, ‘비만약’ 열풍 업고 시총 1조 달러 탈환… 신약 파이프라인 확장 가속화

젭바운드’와 ‘마운자로’를 앞세운 일라이릴리가 다시 한번 자본시장의 거인으로 우뚝 섰다. 현지 시각으로 4일, 일라이릴리의 주가는 실적 발표 직후 9% 넘게 급등하며 장중 한때 1,106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로써 지난해 11월 잠시 내주었던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460조 원) 고지를 단숨에 탈환했다. 현재 비(非)기술 기업 중 이 마의 벽을 넘은 곳은 월마트, 버크셔해서웨이, 그리고 일라이릴리 단 세 곳뿐이다.

이번 주가 폭등의 배경에는 시장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가 있었다. 릴리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 폭등한 193억 달러를 기록, 월가 전망치인 179억 달러를 가볍게 상회했다. 주당순이익(EPS) 역시 7.54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6.91달러를 웃돌았다. 이는 경쟁자인 덴마크의 노보 노디스크가 올해 매출 감소 전망을 내놓으며 주가가 급락한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노보 노디스크가 특허 만료와 약가 인하 압박, 거센 도전에 직면해 고전하는 사이, 릴리는 올해 매출 전망을 800억~830억 달러로 제시하며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다.

공격적인 시장 침투와 접근성 강화

릴리는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비만 치료제 시장의 판도를 바꿀 공격적인 전략을 추진 중이다. 투약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주 1회 주사 방식을 월 1회로 변경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먹는 비만약 또한 임상시험을 마치고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가격 정책 또한 파격적이다. ‘릴리다이렉트(LillyDirect)’라는 자체 플랫폼을 통해 유통 마진을 줄여, 현금 결제 시 저용량 젭바운드를 월 299달러에 공급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알츠하이머와 면역학으로의 전선 확대

풍부해진 자금력을 바탕으로 비만 치료제 이외의 신성장 동력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릴리는 올해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 확대를 주요 목표로 설정했다. 자사의 치료제 ‘키썬라(성분명 도나네맙)’의 판매 국가를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로 넓히는 한편, 후속 신약인 ‘렘터네툭’의 임상 3상 핵심 결과를 오는 3월 공개할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면역학 분야로도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릴리는 지난 화요일, 호주의 바이오 기업 CSL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IL-6(인터루킨-6) 억제제인 ‘클라자키주맙(clazakizumab)’에 대한 특정 권리를 확보했다. IL-6는 최근 심혈관 및 염증 질환 치료의 핵심 타깃으로 떠오르고 있는 분야다. 지난 9월 노바티스가 투어말린 바이오를 14억 달러에 인수하고, 티지아나 라이프 사이언스가 관련 자산을 분사해 상장시키는 등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CSL과의 전략적 제휴 배경

이번 계약으로 릴리는 CSL에 계약금 1억 달러를 선지급하며, 향후 임상 및 상업화 단계에 따른 마일스톤과 로열티를 추가로 지급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릴리가 클라자키주맙을 어떤 적응증에 활용할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CSL이 말기 신장 질환 환자의 심혈관 사건 예방에 대한 독점권은 유지하는 것으로 합의되었다. 릴리는 그 외의 “추가적인 적응증”에 대해 탐색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CSL은 현재 2029년 8월 완료를 목표로 임상 3상(POSIBIL6ESKD)을 진행 중이다.

이번 딜은 유동성 확보가 시급했던 CSL의 이해관계와도 맞아떨어졌다. CSL은 최근 폴 맥켄지 CEO의 갑작스러운 사임과 순이익이 전년 대비 81%나 급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주가가 17% 폭락하는 등 위기를 겪고 있다. 브라이언 맥나미 이사회 의장이 투자자들에게 전임 CEO의 역량 부족을 직접적으로 언급할 만큼 내부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릴리로서는 유망한 자산을 확보할 적기였던 셈이다.